진다바인 베이스캠프에서 든든하게 고기 파티를 즐긴 꽃중년 네 커플! 드디어 여행 2일 차,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호주에서 가장 높은 산인 코지오스코(Mt Kosciuszko) 등반에 나섰습니다.
나이는 50대지만 마음만은 청춘인 우리들의 좌충우돌 등반기, 지금 시작합니다!
1. 체어리프트 정비 시즌! 샤롯 파스(Charlotte Pass)로 우회하기
아침 일찍 서둘러 숙소를 나섰습니다. 원래는 스레드보(Thredbo)에서 편리하게 체어리프트를 타고 올라갈 계획이었는데요. 3월은 리프트 정비 기간이라 저희는 숙소에서 차로 45분 거리인 샤롯 파스(Charlotte Pass)로 목적지를 변경했습니다.
호주 RN Kimmy의 핵심 여행 팁! 3월은 다가오는 겨울 스키 시즌을 앞두고 스레드보 체어리프트를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시기라 운행을 하지 않더라고요. 만약 3월에 코지오스코 방문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반드시 코지오스코 내셔널 파크(Kosciuszko National Park) 공식 홈페이지를 수시로 확인해 보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호주 최고봉, 코지오스코 산(Mt Kosciuszko)은 어떤 곳?
출발하기에 앞서, 저희가 도전하는 호주 최고봉 코지오스코 산(Mt Kosciuszko, 해발 2,228m)에 대해 살짝 소개해 드릴게요! 이곳은 사계절에 따라 완전히 다른 반전 매력을 뽐내는 곳이랍니다.
- 겨울 (6월 ~ 10월 초): 전 세계 스키어들이 모여드는 최고의 설산으로 변신! 스키, 스노보드, 눈꽃 트레킹의 성지가 됩니다.
- 봄/여름/가을 (10월 중순 ~ 5월): 새하얀 눈이 녹으면서 푸른 능선과 아름다운 야생화, 그리고 은은한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하이킹과 산악자전거(MTB)의 천국이 됩니다.
원래 저희가 이용하려 했던 스레드보의 명물 '코지오스코 익스프레스 체어리프트'를 타면 해발 1,937m에 위치한 호주에서 가장 높은 레스토랑인 *'이글스 네스트(Eagles Nest)'*까지 단 15분 만에 편하게 올라가 트레킹을 시작할 수 있는데요. 사계절 관광객들의 소중한 발이 되어주는 라인이지만, 이번 여행에서는 아쉽게 패스하게 되었습니다.
코지오스코 대표 트레킹 코스 추천 BEST 3
코지오스코 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하이킹 코스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본인의 체력과 일정에 맞춰 선택해 보세요!
1. 코지오스코 워크 (Kosciuszko Walk) - Thredbo 출발
체어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정상까지 다녀오는 가장 대중적이고 편리한 코스입니다.
- 거리 및 소요시간: 왕복 약 13km / 4~5시간 소요
2. 코지오스코 서밋 워크 (Kosciuszko Summit Walk) - Charlotte Pass 출발
저희 꽃중년 네 커플이 선택한 코스! 옛 도로를 따라 호젓하고 여유롭게 대자연을 만끽하며 걷는 힐링 코스입니다.
- 거리 및 소요시간: 왕복 약 18.6km / 6~8시간 소요
3. 메인 레인지 워크 (Main Range Walk)
아름다운 글레이셜 호수(빙하호)와 웅장한 산맥의 능선을 모두 도는 베테랑 하이커용 코스입니다.
- 거리 및 소요시간: 약 22km 루프 코스 / 7~9시간
2. 샤롯 파스 ~정상 구간별 편도거리

샤롯 파스 출발지 ➔ 스노위 리버 다리 4.5 km
스노 리버 다리 ➔ 세이먼스 대피소 1.5 km
세이먼스 대피소 ➔ 로슨스 패스1.6 km
로슨스 패스 ➔ 코지오스코 정상 (Summit)1.4 km
3. 호주 최고봉을 향한 여정: 샤롯 파스 출발지에서 로슨스 패스까지
1) 대자연의 쉼터, 스노위 리버 다리(Snowy River Bridge)까지 4.5km

샤롯 파스 출발지에서 한참을 걸어 4.5km 지점에 다다랐을 때, 잔잔하게 흐르는 스노위 리버 다리(Snowy River Bridge)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거칠고 웅장한 대자연 속에서 졸졸 흐르는 맑은 강줄기를 마주하니 어찌나 반갑고 정감 가던지 모릅니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길동무 같은 풍경이었는데요. 저희 일행은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잠시 숨을 돌리며 가을을 온전히 만끽했습니다
.
2) 고즈넉한 역사의 숨결, 세이먼스 대피소(Seamans Hut) 까지 1.5km

맑은 강줄기가 주는 여운을 뒤로하고, 다리를 지나 다시 힘을 내어 1.5km를 더 걸어 올라갔습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숨이 조금 가빠질 때쯤, 저 멀리 고즈넉한 세이먼스 대피소(Seamans Hut)가 마치 저희를 기다렸다는 듯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쉬어가는 공간을 넘어, 호주 알프스의 깊은 역사와 스토리가 담겨 있는 의미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호주 알프스 최초의 비극적인 조난 사고 (1928년 8월)
1928년 8월, 혹독한 추위가 몰아치던 겨울이었습니다. 당시 미국 출신의 젊은 청년 로리 세이먼(Laurie Seaman)과 그의 호주인 친구 에반 헤이즈(Evan Hayes)는 스키를 타고 코지오스코 정상을 향해 올랐습니다.
두 청년은 정상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진짜 비극은 하산길에 시작되었습니다. 호주 산악 지대의 무시무시하고 변덕스러운 겨울 눈폭풍(Blizzard)을 만나 순식간에 방향을 잃고 조난을 당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이 펼쳐졌음에도 불구하고, 두 청년은 결국 혹독한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기록으로 남아 있는 호주 알프스 역사상 '최초의 스키 조난 사망 사고'입니다.
아들을 기리는 부모의 위대한 결심과 대피소의 탄생
미국에서 비보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로리 세이먼의 부모님은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눈물 가득한 위대한 결심을 하게 됩니다.
"우리 아들은 차가운 눈밭에서 허망하게 떠났지만, 앞으로 이 아름다운 산을 찾는 다른 이들은 절대 우리 아이와 같은 비극을 겪지 않게 하겠다."
세이먼의 부모님은 당시 거금이었던 200파운드를 호주 정부에 기부하며, 아들의 시신이 발견된 바로 그 근처에 등산객들이 긴급 대피할 수 있는 튼튼한 돌집을 지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부모의 숭고한 사랑과 아들의 이름을 따서 1929년 5월에 마침내 문을 연 곳이 바로 지금의 '세이먼스 대피소(Seamans Hut)'입니다.
오늘날 수많은 등산객의 목숨을 구하는 신성한 쉼터
세이먼스 대피소는 사방이 탁 트여 눈폭풍이 불면 피할 곳이 전혀 없는 코지오스코 능선에서, 지난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하이커와 스키어들의 목숨을 구한 고마운 은인 같은 공간이 되었습니다.
현재 이 대피소는 다음과 같이 운영되고 있으니 방문 시 참고해 주세요!
- 낮 시간: 하이커들의 아늑한 피크닉 장소 및 안전한 쉼터
- 야간 시간: 오직 '비상 대피 목적으로만' 내부 이용 허용
코지오스코 산행 중 이 고즈넉한 돌집을 마주하신다면, 잠시 숨을 고르며 돌 하나하나에 깃든 부모의 따뜻한 마음과 역사를 한번 느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3) 정상 직전의 로슨스 패스 (Rawson Pass) 도착!
세이먼스 대피소에서 다시 완만한 능선을 따라 1.6km를 더 걸어 드디어 정상 바로 밑에 있는 로슨스 패스(Rawson Pass)에 도착했습니다! 출발지 주차장에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온 거리가 어느덧 딱 7.9km나 되었더라고요. 코지오스코는 산세가 우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길가에 참 다정하고 아기자기한 들꽃들도 많아서 걷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바위와 구름, 그리고 시원한 바람이 온전히 우리와 함께하는 최고의 트레킹이었죠. 좋은 사람들과 함께였기에 신기하게도 전혀 지치지 않고 즐겁게 발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로슨스 패스에 자리를 잡고, 저희가 준비해 간 정성 가득한 김밥과 따뜻한 된장국, 그리고 아삭한 사과로 꿀맛 같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호주 최고봉의 웅장한 기운을 온몸으로 받으며 탁 트인 대자연 속에서 먹는 김밥 맛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역시 산 위에서 먹는 도시락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 같아요!
여기서 잠깐! 호주 여행 정보 꿀팁 : 호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화장실? 로슨스 패스에는 등산객들을 위한 공중화장실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놀랍게도 이곳이 **호주 전 대륙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한 화장실(Highest toilet in Australia)**이라고 합니다!
4. 아름다운 포기와 정상 정복! 각자의 길에서 응원하다
로슨스 패스에서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마침내 마지막 정상 코스를 앞둔 시점, 저희 부부는 아쉽지만 이곳에서 하산을 결정했습니다. 요즘 남편의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더 이상 무리하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비록 눈앞에 두고 호주 최고봉의 정상 비석을 보지 못해 조금은 아쉬웠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안전을 챙기는 마음이 무엇보다 더 중요하니까요! 저희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로 다른 두 갈래의 길에서 서로를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정상으로 향한 멤버들: 호주 최고봉 정복!
끝까지 힘을 내어 발걸음을 옮긴 멤버들은 마침내 해발 2,228m 호주 최고봉인 코지오스코 정상 정복에 성공했습니다! 정상의 감동을 만끽한 뒤, 저희와 헤어져 반대편 코스인 스레드보(Thredbo) 쪽으로 하산하는 대장정을 이어갔습니다.
우리 부부: 안전을 위한 샤롯 파스 원점 하산과 특급 수송 작전!
저희 부부는 안전을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 샤롯 파스(Charlotte Pass)로 원점 하산했습니다. 주차장에 안전하게 세워둔 12인승 버스를 타고, 일행들과 상봉하기 위해 스레드보를 향해 1시간 동안 열심히 운전해 이동했습니다.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함께였던 시간이었죠!
코지오스코 정상에 오른 친구들의 감동 가득한 순간들
비록 저희 부부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코지오스코 정상에 오른 친구들의 멋진 모습과 하산길을 이웃님들께 공유합니다!


왕복 18km 대장정, 우리 멤버들 모두 부상 없이 무사히 복귀했습니다! 정상까지 힘차게 달린 일행과, 안전을 위해 장거리 우회 운전으로 서포트해 준 우리 부부. 서로의 노고를 다독이며 팀워크를 다시 한번 확인한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등반의 피로를 씻어주는 건 역시 시원한 맥주 한 잔이죠! 호주 로컬 맥주 '코지오스코 페일 에일(Kosciuszko Pale Ale)'로 건배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짜릿한 청량감에 온몸의 피로가 싹 가시네요.
고생 끝에 맛본 최고의 한 잔, 우리들의 코지오스코 추억도 이렇게 시원하게 남았습니다!

호주 최고봉의 웅장한 기운을 가득 받은, 최고의 여행 2일 차였습니다.
이웃님들은 힘들게 등산을 마친 후 어떤 음식을 먹을 때 가장 행복하시나요? 각자만의 등산 최애 푸드가 있다면 댓글로 자유롭게 공우해 주세요!
(오늘 느낀 감동을 담은 시는 에필로그에서 공유해 드릴게요!)
과연 여행 3일 차에는 또 어떤 유쾌한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다음 3탄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