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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로드 여행기

⛰️호주 로드트립 : [뉴카슬 출발/4탄] : 틸바의 시간 여행과 나로마 물개, 그리고 투로스 헤드의 따뜻한 밤

by Kimmy 2026. 6. 28.

호주 로드트립 4일 차, 오늘은 고산 지대인 진다바인(Jindabyne)의 숙소를 출발하여 그림 같은 해안 마을 틸바 틸바(Tilba Tilba)를 지나, 물개들의 천국 나로마(Narooma)를 거쳐 투로스 헤드(Tuross Head)에 도착하기까지의 잊지 못할 여정을 기록합니다.

 

1. 진다바인에서 틸바 틸바까지

구간 1: 순수 운전 시간 약 3시간 ~ 3시간 30분

탈바 탈바

틸바 틸바(Tilba Tilba): 시간이 멈춘 19세기 마을로의 초대

틸바 틸바는 19세기 금광 열풍 당시의 풍경을 간직한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 역사적 가치: 1974년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 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빅토리아풍 목조 건물이 주는 고즈넉한 정취가 일품입니다.
  • 신성한 굴라가 산(Mount Gulaga): 원주민 Yuin(유인)족에게 어머니의 품과 같은 영적인 장소입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남부 해안의 파노라마는 여행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틸바의 치즈 공장

  • 로컬의 맛, ABC 치즈 공장: 1891년에 세워진 ABC 치즈 공장(The Tilba ABC Cheese Factory)에서 맛보는 신선한 치즈와 밀크셰이크는 틸바 여행의 필수 코스입니다.
    • 전통이 깃든 풍미: 화산토가 풍부한 틸바 지역에서 자란 건강한 젖소의 우유를 사용해, 일반 치즈와는 차원이 다른 깊고 고소한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 치즈 테이스팅: 매장 내에서는 다양한 수제 치즈를 직접 맛보고 구매할 수 있어, 자신의 취향을 찾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 시그니처 밀크셰이크: 이곳의 밀크셰이크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이미 명물입니다. 신선한 현지 우유로 만들어 맛이 매우 진하고 부드럽습니다.
    • 살아있는 역사: 매장 곳곳에 전시된 19세기말 낙농 기구들을 통해 과거 농부들이 치즈를 만들던 정겨운 풍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2. 나로마(Narooma)의 낭만: 비 오는 오후와 야생 물개들

  구간 2: 틸바 틸바 → 나로마(Narooma) (약 20분)

 

나로마로 향하는 길,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여행 중 만나는 비가 때로는 반갑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나로마로 가는 길에 마주한 빗줄기는 오히려 차창 밖 풍경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짙은 초록의 풍경 위로 흩뿌리는 비를 바라보며 도착한 나로마의 어느 공원 쉼터.  비를 피할 수 있는 쉼터 아래 자리를 잡고 먹은  '비 오는 날의 낭만', 라면 한 그릇은 여행객의 추위를 녹여내기에 충분했습니다. 간단한 점심 식사 후 나로마(Narooma)의 랜드마크인 오스트레일리아 바위(Australia Rock)    

를 향해 걸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바위(Australia Rock)

 

 

  이 바위가 마치 호주 대륙의 지도를 옮겨놓은 듯한 형태를 띠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주요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자연의 조각가, 침식 작용: 수억 년 동안 거센 파도와 바람, 그리고 짠 바닷물이 암석의 약한 부위를 끊임없이 깎아냈습니다. 특히 이 지역의 지질학적 특징인 층층이 쌓인 처트(Chert, 규질 암석)와 셰일(Shale) 지층이 서로 다른 속도로 침식되면서, 지금의 독특한 '대륙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활동, 닻과 체인: 재미있는 것은 이 바위의 형태가 100% 자연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과거 선박들이 나로마 입구의 가파른 지형을 지나기 위해 이 바위에 닻(Anchor)과 두꺼운 체인을 고정해 배를 조종하곤 했습니다. 이때 바위를 긁고 지나간 무거운 체인과 닻의 마찰이 바위의 틈을 넓히고 모양을 다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지역의 유력한 설입니다.

 

바위에서 휴식중인 물개와 친구
바위에서 휴식중인 물개와 친구

나로마의 오스트레일리아 바위(Australia Rock) 근처는 물개들에게 ‘사냥 후 완벽하게 휴식할 수 있는 최적의 중간 휴게소’입니다.

  • 최고의 쉼터: 일광욕하기 좋은 넓고 깨끗한 바위가 많습니다.
  • 풍부한 먹이: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이라 물고기가 많아 사냥터로 최적입니다.
  • 안전한 공존: 주민들의 보호와 잘 정비된 관람로 덕분에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안심하며 머뭅니다.
  • 전략적 위치: 인근 대규모 번식지인 '몬태구 섬'을 오가는 물개들이 에너지를 충전하는 핵심 거점입니다.

 관찰 매너: 물개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보드워크에서 정해진 거리를 유지하고 조용히 관찰해 주세요. 작은 배려가 야생 동물과의 공존을 더 오래 지속시킵니다.

3. 투로스 헤드(Tuross Head)에서의 따뜻한 밤

  • 구간 3: 나로마 → 투로스 헤드(Tuross Head) (약 30분)

나로마의 바닷가를 기분 좋게 산책한 뒤,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투로스 헤드(Tuross Head)에 도착했습니다.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모텔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깨끗하고 아늑해서 여행의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체크인을 마치고 나니 밖에는 어느덧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정에 있는 대로 투로스 헤드의 명소인 '원 트리 포인트(One Tree Point)'로 향했습니다.

그곳 바닷가 끝자락,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절벽 위에 홀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보였습니다.

튜로스 헤드 원 트리 포인트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세찬 비바람을 온몸으로 묵묵히 받아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고 꼿꼿이 버티고 서 있는 그 나무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비에 젖어 어두워진 하늘과 대비되어, 마치 고독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증명하는 듯한 그 풍경 앞에 잠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온몸으로 계절을, 그리고 삶을 견뎌내는 나무의 뒷모습에서 묘한 위로와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고민하던 저희를 위해 주인 부부께서 기꺼이 차고(Carport)를 내어주셨습니다. 조명까지 세팅해 주신 따뜻한 배려 덕분에, 빗소리를 배경 삼아 양푼 비빔밥을 나누어 먹으며 잊지 못할 최고의 만찬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타지에서 마주한 뜻밖의 친절은 여행의 가장 진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식사 도중 어느덧 사방에는 짙은 어둠이 내렸고,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돌아와 창밖으로 들려오는 빗소리를 자장가 삼아 호주 로드트립의 네 번째 날을 차분하게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