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인 야랭고빌리 동굴(Yarrangobilly Caves)을 탐험하고, 키안드라를 들른 후 거대한 탈빙고 수력 발전소(Talbingo Power Station)까지 까지 달리는 꽉 찬 여정입니다.
3일 차 로드트립은 숙소인 진다바인에서 출발해 북쪽으로 쭉 직진하며 주요 명소들을 순서대로 정복하는 알찬 동선으로 짜여 있는데요. 출발하시기 전, 전체적인 거리와 이동 시간을 미리 체크해 두시면 여행이 한층 더 수월해집니다!
- 1. 금광의 역사를 품은 길, 스노위 마운틴스 하이웨이와 키안드라(Kiandra)
이동 구간: 숙소(진다바인) ➔ 키안드라 (약 122km | 운전 시간 약 1시간 30분)
3월 25일 아침, 숙소를 출발해 호주의 웅장한 대자연을 관통하는 스노위 마운틴스 하이웨이(Snowy Mountains Highway)를 기분 좋게 달렸습니다. 오가는 통행 차량이 많지 않아 가슴이 뻥 뚫리도록 시원하게 달릴 수 있었고, 가끔씩 마주치며 스쳐 지나가는 다른 여행객들과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는 것조차 무척 반갑고 정겹게 느껴지는 멋진 드라이빙 코스였습니다.

야랭고빌리로 향하는 중간에 잠시 차를 멈춘 곳은 황금의 역사를 품은 키안드라(Kiandra)입니다. 지금은 고요한 폐광촌이지만, 1860년대 호주 골드러시 시절에는 수만 명의 채굴꾼들이 모여들어 엄청나게 번성했던 역사적인 도시랍니다. 세월의 무게를 견딘 채 남아있는 흔적들을 돌아보며, 황금기를 꿈꿨을 옛사람들의 숨결을 느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 셀프 가이드 사우스 글로리(South Glory) & 신비로운 질라벤(Jillabenan) 동굴 투어
🚗 이동 구간: 키안드라 ➔ 야랭고빌리 동굴 (약 23km | 운전 시간 약 22분)
키안드라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야랭고빌리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예전에 우연히 발견했던 여행지였는데, 풍경이 너무나도 경이롭고 좋아서 '언젠가 소중한 우리 친구들과 꼭 함께 다시 와야지!' 하고 마음속으로 찜해두었던 저만의 숨겨진 보물창고였던 셈이죠.
큰길인 하이웨이에서 벗어나 동굴 안내센터로 진입하는 순간부터 갈수록 길은 좁아지고 가파른 데다, 약 5~6km 구간이 온통 울퉁불퉁 꼬불꼬불한 비포장 자갈길(Gravel Road)이었습니다.
저희는 12인승 버스를 타고 있었던 터라, 먼지를 풀풀 날리며 덜컹거리는 이 험한 비포장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긴장감이 배가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이 큰 버스를 몰고 내려가면 도대체 끝에 뭐가 있는 걸까?' 하며 잔뜩 긴장하고 걱정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눈치였고, 의문이 걱정으로 변할 즈음 마침내 관리 사무실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진입로와 나가는 길이 일방통행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맞은편 차량 걱정은 덜했지만, 대형 차량이나 일반 승용차 모두 조심히 내려가야 하는 스릴 넘치는 코스였습니다.
이렇게 도착한 야랭고빌리 동굴! 이곳에서는 완전히 다른 매력을 가진 두 개의 동굴을 만났습니다.

사우스 글로리 동굴 (South Glory Cave): 우리끼리 자유롭게 걸으며 탐험할 수 있는 셀프 가이드(Self-guided) 코스입니다. 거대한 규모와 웅장한 동굴의 스케일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동굴의 하이라이트는 천장에 하늘이 보일 정도로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거대한 바위 절경(Glory Hole)인데요! 어두운 동굴을 걷다가 머리 위로 푸른 하늘과 따스한 햇살, 그리고 초록빛 자연이 쏟아져 내리는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모두의 입에서 건물 전체가 떠나가라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험한 비포장길을 12인승 버스로 덜컹거리며 오느라 잔뜩 긴장했던 친구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마법 같은 감동과 환한 미소로 바뀌는 것을 보며, 이 비밀스러운 보물을 함께 나누길 정말 잘했다는 흐뭇함이 밀려왔습니다.
질라벤 동굴 (Jillabenan Cave): 이곳은 훼손 방지를 위해 전문 가이드의 인솔 하에만 입장 가능합니다. 야랭고빌리에서 가장 섬세한 종유석과 4개의 독특한 챔버를 만날 수 있는 신비로운 곳이에요.
- 왜 가이드 투어인가요?
- 동굴 구조가 좁고 미로 같아 안전이 중요합니다.
- 섬세한 종유석을 보호하기 위해 조명과 관람 동선을 엄격히 관리합니다.
- 1910년 발견 당시의 청정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 4개의 각기 다른 챔버(방) 탐험:
- 1·2·3번째 챔버: 화려한 숄(Shawl) 종유석과 거대한 석순·석주가 만드는 웅장한 풍경.
- 4번째 챔버(비너스의 욕조): 영롱한 옥빛 물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투어의 하이라이트.
질라벤 같은 가이드 동굴 투어는 하루에 정해진 시간이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아침 일찍 도착하셨다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사우스 글로리' 셀프 투어를 먼저 즐기신 후 시간에 맞춰 가이드 투어를 들어가셔도 좋고, 반대로 가이드 투어를 먼저 마친 뒤 여유롭게 셀프 투어를 하셔도 좋습니다.
여기서 핵심 팁! 이 두 가지 투어를 각각 따로 결제하지 마시고,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서 매표하시면 입장료가 크게 할인되니 꼭 패키지 요금으로 알뜰하게 혜택을 챙기세요!
야랭고빌리 동굴의 정확한 투어 시간과 실시간 정보는 야랭고빌리 동굴 안내 센터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확인하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3. 요정이 목욕할 것 같은 '비너스의 욕조(Venus's Bath)'와 옥빛 물의 비밀
질라벤 동굴 투어의 백미는 단연 **'비너스의 욕조(Venus's Bath)'**라는 이름을 가진 조그마한 챔버(Chamber)였습니다. 정말 미의 여신 비너스가 금방이라도 내려와 목욕을 할 것만 같은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였는데요.
여기서 투어 가이드가 들려준 아주 흥미진진하고 재밌는 전설 같은 사연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행객들이 이 아름다운 욕조를 보며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었었다고 해요. 그래서 한때는 "이 물빛이 영롱한 옥빛을 띠는 진짜 이유는 물밑에 가라앉은 수많은 동전들 때문이다!"라는 유쾌한 속설까지 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던져진 동전들이 부식되면서 소중한 동굴 환경이 오염될 위험에 처하자, 현재는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행위가 절대 금지되었다고 하네요. 역시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그저 눈으로만 담고 보호해 줄 때 가장 빛나는 법인가 봅니다.
그렇다면 진짜 과학적인 옥빛 물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동굴 위 빗물이 석회암 지대를 통과해 흘러내리면서 물속에 탄산칼슘(Calcium Carbonate) 성분이 풍부하게 녹아들게 됩니다. 이 미세한 석회 물질 입자들이 빛을 받을 때 파란색과 초록색 파장의 빛만 반사하고 나머지 빛은 흡수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동전 때문이 아닌 마법 같은 영롱한 천연의 옥빛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랍니다!

4. 동굴을 벗어나 초록빛 강줄기를 따라 유유자적 걷는 자연풀(Thermal Pool)로의 트래킹
이동 코스: 야랭고빌리 동굴 안내센터 ➔ 자연 온천풀 (편도 약 700m | 도보 약 25분)
동굴 체험을 모두 마치고 나서는, 시원하게 흐르는 강줄기를 따라 기분 좋은 트래킹을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목적지는 사계절 내내 약 27도를 유지한다는 신기한 자연 온천풀(Thermal Pool)이었는데요. 동굴에서부터 온천풀까지는 푸르른 대자연을 감상하며 약 25분 정도 유유자적 걸어 들어가는 기분 좋은 코스였습니다.
비록 옷을 챙겨가지 못해 온몸을 담그진 못했지만, 차가운 계곡물과 어우러진 대자연 속에서 찬물에 발을 퐁당 담그니 장시간 여정의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습니다. 트래킹 후 근처 피크닉 에어리어(Picnic Area)에 자리를 잡고 정성껏 준비해 온 점심을 나누어 먹었습니다.

Kimmy의 야랭고빌리 여행 필수 팁! 야랭고빌리 동굴 주변은 완벽한 청정 구역이라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매점이나 카페가 전혀 없습니다! 이곳을 방문하실 분들은 반드시 간단한 간식이나 샌드위치 같은 점심 도시락을 꼭 준비해 오셔야 배고프지 않고 즐거운 여행을 하실 수 있습니다.
5. 압도적인 스케일!
호주 대자연의 위용을 자랑하는 탈빙고 수력 발전소(Talbingo Power Station)
이동 구간: 야랭고빌리 동굴 ➔ 탈빙고 (약 39km | 운전 시간 약 40분)
고즈넉한 탈빙고(Talbingo) 마을 호수와 거대한 수력 발전소의 위용 점심을 든든히 먹고 우리는 또다시 길을 달려 탈빙고(Talbingo)로 향했습니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탈빙고 마을에 들어설 때, 우리를 처음으로 다정하게 맞아준 것은 조그마한 마을 앞의 아름다운 호수였습니다. 평화로운 풍경에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기분이었지요. 이어서 이동한 곳은 이번 여정의 또 다른 주인공, 탈빙고 수력 발전소(Talbingo Power Station)입니다. 거대한 댐의 압도적인 위용을 마주하는 순간 모두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동안 긴 시간 차에 앉아 있느라 조금 지치고 힘들었던 친구들도, 탁 트인 댐 위를 시원하게 달리며 온몸으로 쏟아지는 가을바람을 만끽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습니다.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알고 보면 더 놀라운 탈빙고의 위용과 전력 이야기!
저희가 감탄하며 달렸던 탈빙고 댐 바로 아래에는 스노위 하이드로 전체 Scheme에서 가장 규모가 큰 투뭇 3(Tumut 3) 수력 발전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무려 1,800 메가와트(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곳으로, 스노위 전체 발전량의 약 44%를 홀로 책임지는 호주 전력망의 핵심 심장부인데요! 여기서 생산된 청정 에너지는 뉴사우스웨일스(NSW)와 빅토리아(VIC) 등 호주 동부 전역으로 실시간 분산 공급된다고 합니다. 특히 현재 탈빙고 호수를 하부 저수지로 활용하는 호주 최대의 양수발전 프로젝트인 '스노위 2.0(Snowy 2.0)' 공사까지 완료되면 호주 전체 전력의 약 10%를 담당하게 된다고 하니, 고즈넉해 보였던 이 호수가 새삼 호주를 움직이는 거대한 청정 배터리로 보여 감동이 배가 되었습니다.
6. 여행의 마지막 밤, 정든 숙소에서의 아쉬운 휴식
웅장했던 댐의 감동을 뒤로하고 드디어 우리의 베이스캠프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다 함께 정성 가득한 저녁 식사를 나누며 오늘 보았던 신비로운 동굴과 탈빙고 호수의 여운을 실컷 나눈 뒤, 내일 아침 정든 숙소를 떠나기 위한 짐 정리도 차근차근 마쳤습니다. 쉼 없이 달린 길고 긴 하루였기에 돌아오는 길은 꽤 피곤했지만, 여행이 선물해 준 깊은 감동 덕분인지 마음만큼은 채워질 대로 꽉 채워진 기분이었습니다. 친구들 모두 그 벅찬 여운을 가만히 음미하듯, 각자 조용한 침묵 속에서 차분하게 대단했던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의 시도 에필로그에 올려 드리겠습니다
꽃중년 네 커플의 유쾌하고도 감동적이었던 호주 가을 로드트립 4탄 나루마(Narooma)를 거쳐 아름다운 원 트리 포인트(One Tree Point)로 이어지는 또 다른 여정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