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그리고 터미널에서의 여유
아침 9시 40분, 그동안 머물렀던 포털링턴 카라반 파크(Portarlington Caravan Park)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페리 터미널이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약 45분을 운전해 공용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이미 여러 대의 차량과 모터홈, 카라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카라반 전용 주차 공간이 따로 없어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 차 여섯 대 정도 들어갈 만한 공간을 찾아 주차를 마쳤습니다. 이후 터미널 구경을 하고 승선 관련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여행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모든 사람이 친구가 되는 아주 특별하고 따뜻한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3시 이후, 그리고 찾아온 아찔한 위기
오후 3시가 넘어서 드디어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안내자의 수신호에 따라 세 개의 게이트로 차량들이 서서히 줄을 서기 전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그때,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낭패스러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차들이 서서히 움직이는데 우리 차량 계기판에 선명한 엔진 경고등이 들어온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충분히 정비하고 점검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붉게 켜진 경고등에 등줄기가 쭈뼛 서고 온몸의 열기가 정수리까지 치솟았습니다.
하필 우리가 서 있던 게이트마저 전자 시스템 오류로 인해 체크인이 지연되고 있었습니다. 이미 뒤쪽은 밀려드는 차량들로 퇴로가 완벽하게 막혀 차를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여기서 입도를 포기하고 차량을 돌리려니 경제적 손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전진, 그리고 다음 플랜
고민 끝에 일단 그대로 진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페리에 승선하고 나면 차는 약 10시간 동안 쉴 테니, 내일 하선할 때 시동만 정상적으로 걸려준다면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거라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곧바로 타즈마니아 현지의 도요타 서비스 센터로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다행히 소통이 잘 되어 하선 즉시 론세스톤(Launceston)에 있는 도요타 정비소로 향하기로 예약을 마쳤습니다.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던 긴장감을 뒤로한 채, 드디어 거대한 페리 안으로 차를 밀어 넣으며 바다 위로 향하는 승선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침내 Spirit of Tasmania에 오르다 - 거대한 선박 속으로의 진입
안내자의 수신호에 맞춰 다시 대열을 갖추는 카라반 무리 속에서 우리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드디어 떨리는 마음으로 카라반 검열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검열관이 직접 안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열어보고 식품 저장고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침대 밑까지 꼼꼼히 들춰보며 혹시 모를 반입 금지 물건이 있는지 철저하게 확인을 마쳤습니다.
타즈마니아는 고유한 생태계와 농수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검역 규정이 매우 엄격한 지역입니다. 반입이 제한되거나 금지되는 품목(신선 식품, 식물, 씨앗, 일부 육류 및 해산물 등)에 대한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는 Biosecurity Tasmania 공식 안내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호주 각 주 간의 검역 규정 및 반입 가능 품목을 통합적으로 비교해 볼 수 있는 Australian Interstate Quarantine 사이트도 함께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검열이 끝나고 마침내 승선의 순간. 서서히 움직이던 차량들이 거대한 선박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줄지어 들어갔습니다. 양옆으로 30cm도 채 남지 않을 만큼 틈새 없이 차곡차곡 차량들이 주차되었습니다.
비좁은 선적 구역을 벗어나 메인 데크로

미리 준비해 둔 간식과 밤을 보낼 채비가 든 배낭을 메고, 차량 사이의 비좁은 통로를 벗어났습니다. 주차 위치를 기억하기 위해 인증샷을 남긴 뒤 메인 데크로 향했습니다.
벌써 짐을 푼 다른 여행자들은 여행의 설렘과 즐거움을 한잔의 술과 함께 나누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예약해둔 지정석인 리클라이너 라운지를 먼저 확인하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룻밤인데 뭐 어때" 하는 마음으로 캐빈을 예약하지 않았는데, 의자에서 편안하게 밤을 지새우는 일이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다음에는 무조건 캐빈을 예약하리라 다짐하며 일단 가방을 내려놓고 크루즈 탐색에 나섰습니다. 데크마다 식당과 카페, 그리고 가볍게 한잔할 수 있는 바들이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항해의 시작과 노을의 위로

간단한 음료를 사 들고 갑판 위로 올라갔습니다. 거대한 배의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흰 연기로 바뀌더니, 드디어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부터 내일 아침까지의 여정은 온전히 선박과 파도에 몸을 맡기는 시간입니다. 고됐던 하루의 피로를 바다 위 아름다운 노을이 따뜻하게 위로해 줍니다.

뷔페식당에서 든든하게 저녁을 먹고, 머릿속을 가득 채운 시름들은 잠시 애써 외면한 채 라운지 의자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거대한 선체가 뿜어내는 엔진의 포효와 거칠게 부딪치는 파도의 흔들림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느끼며 다시 한번 깊은 다짐을 해봅니다."다음엔 꼭 캐빈을 예약해야지..."
마침내 바다를 건너 마주하게 될 타즈마니아!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던 엔진 경고등의 운명과, 론세스톤 정비소로 향하는 무사 귀환(?) 작전이 시작됩니다. 본격적으로 펼쳐질 타즈마니아 로드트립의 진짜 여정, 과연 어떤 풍경과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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